끝까지 간다
끝까지 간다. 이 말의 의미는 개개인에 따라 해석이 달리될 것이다. 나는 줄거리도, 네티즌 평가문도 보지 않고 영화를 관람했다. 때문에 나에게 이 제목은 예측할 수 없는 말이었다. 영화를 끝까지 보고 나서야 줄거리를 생각하고 제목의 의미를 찾아냈다. 영화의 제목은 주인공의 상황을 나타낸다. 주인공 고건수는 살인을 한 것으로 오해받고 힘들어한다. “끝까지 간다”는 누명을 벗고 진실을 파헤치기 위해 끝까지 추적하는 모습을 의미한다.
영화는 장례식으로부터 시작된다. 장례식에 가던 고건수가 뺑소니치고 그것으로 인해 협박 받는다. 하지만 고건수의 뺑소니는 협박 인물이 앞서 죽인 인물을 차로 친 아이러니한 사건인 것이 확인된다. 진실을 모르는 고건수는 어머니의 관 안에 시체를 넣어 숨긴다.
고건수는 진범이 박창민임을 알게 되지만 해결할 방법을 찾을 수 없었다. 능력, 친분, 권력. 그를 능가하는 부분이 없었기 때문이다. 또, 박창민의 가차 없는 잔인함에 경찰 동료가 희생되는 것을 목격하고 고건수는 더욱 두려움에 떤다. 끝까지 비밀을 파헤치지 않으면 증거가 부족할 뿐만 아니라 가족도 위험해진다. “끝까지 간다”는 위협, 추적의 면에서 대부분의 형사 추적 영화와 다를 게 없었다. 하지만 전개 방식이 차별됨은 강하게 느꼈다.
일반적인 영화는 하나의 플롯이 전개되기 전에 단서, 즉 복선을 준다. 이 영화는 수많은 플롯이 연결되지만 관객에게 단서는 주지 않는다. 주더라도 매우 암묵적으로 주어 예상을 불허한다. 이 영화는 무섭다. 잔인해서가 아니다. 단서가 없기 때문이다. 갑작스러운 사건은 관람객들에게 당혹감을 준다. 그 당혹감이 범죄와 연관되어 지속적인 공포를 준다.
다음 상황을 예상할 수가 없다. 이 말의 의미는 무엇일까? 이 영화는 다양한 사건들의 플롯으로 전개된다. 다양하다는 것은 사건들의 결합이 순조롭지 못하다는 이야기가 아니다. 앞의 사건을 예상할 수 없지만 사건을 알게 되면 짜임이 이해된다. 이 말은 영화가 김성훈 감독의 매우 창의적인 플롯들로 구성되었다는 것이다.
공포/스릴러 장르는 그 주제를 강화시키기 위해 일부로 더욱 선정적인 연출을 한다. 흥건한 피, 칼의 난무, 총격전. 하지만 이 영화는 필요 그 이상의 연출은 하지 않았다. 때문에 관객들이 더욱 현실적으로 체감할 수 있겠다고 보여 진다. 필요 이상의 잔인함은 물론 특정 관객들을 사로잡을 수 있다. 하지만 그런 영화는 강렬한 인상을 남겨줄 뿐 재미 그 자체로 끝난다. 보다 쉬운 제작을 위해 스토리라인보다 이펙트를 강조한 탓이다. 이 점에서 영화 “끝까지 간다”는 플롯 사이의 흐름으로 공포를 유발했다. 스토리에 적절하게 조화된 것이다.
현대 영화일수록 감독들은 기존의 전형적 인물 흐름을 깨고 반전을 전개한다. 또한, 악당역을 단일 인물로 정하지 않고 있다. 하지만 “끝까지 간다”는 너무 전형적인 인물을 배치했다. 악당의 반전도 없었고 악당은 단 한명의 단일인물이었다. 스토리 플롯들의 구성은 만족스러웠지만 결합된 줄거리는 단순했다. ‘피해 인물의 누명을 벗기 위한 악당 퇴치’. 현대 영화 치고 비교적 단순한 스토리가 아니었을까. 사람들은 어릴 때부터 용사와 악당의 이야기를 끊임없이 접했다. 이제 현대인들에게 참신한 소재 없는 영화는 많은 인기를 끌 수 없다. 그럼에도 이 영화는 좋은 평점을 받았다. 그 이유는 스토리보다는 구성방식, 간간한 유머 연계에 있을 것이다.
한 가지, 상황을 역전시키는 참신한 스토리 아이디어도 있었다. 고건수가 박창민을 이길 수 없을 것이라고 생각할만한 시점에 고건수는 시한폭탄을 활용했다. 이 폭탄은 영화 초반부에 코믹의 요소로써 경찰서에서 벌어진 폭탄이다. 시한폭탄으로의 역전은 관객들의 긴장감을 사로잡는 장면이다. 하지만 김성훈 감독은 이 장면에 고건수, 박창민의 행동으로 관객의 폭소를 유도했다. 그 행동은 더욱 자연스러운 연출을 자아냈다. 또한 긴장과 대비되어 더욱 갑작스러운 폭탄 효과를 기대할 수 있었다.
간간한 코믹. 요즘 트렌드라고 할 수 있는 요소이다. 인터넷, 예능 방송에서 개그를 추구하다 보니 사람들의 유머 수준이 높아졌다. “끝까지 간다”는 시작부터 끝까지 등장인물의 행동, 언어 하나하나로 간간한 웃음을 선사했다. 감독이 일부로 웃음을 주기 위해 주기적으로 요소를 찾는등 노력한 것 같았다. 코믹은 그 자체로 존재한 경우도 있었지만 코믹과 대조되는 긴장감, 스릴과 함께 존재한 경우도 많았다. 그렇게 결합된 자연스러운 코믹으로 관람객들은 잠잘 수 없게 만든 것이다. 첫 개그는 장례식으로부터 시작된다. 관에 시체를 넣기 위해 꾸미는 고건수(이선균)의 연기는 대단했다. 어머니 관에 시체를 넣는 사건이 들킬지 모르는 긴장감과 함께 흥미진진한 개그 장면이 연출된 것이다. 액션씬을 보며 따분해하는 사람들도 있다. 하지만 개그물을 보며 따분해하는 사람들은 드물다. 심지어 박창민과의 액션씬에서도 박창민이 예상치 못한 개그를 선사했다. 흥미진진한 몸싸움 중 관객들의 폭소를 터지게 한 것이다.
끝까지 간다. 제목의 의미는 고건수가 끝까지 추적하는 것을 의미한다. 하지만 이 제목의 의미는 박창민에게도 해당한다. 시한폭탄에 맞아 강에 떨어진 박창민이 살아 있다고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다. 줄거리를 모르는 대부분의 관객들은 영화가 끝난 줄 알았을 것이다. 고건수의 충분한 확인과 흥분으로 엔딩장면이 연출되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박창민은 피를 흘리며 돌아왔다. 영화에서 가장 공포적인 장면이 박창민이 다시 나타난 장면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상상을 하지 못하게 하는 플롯 전개의 핵심 부분이라고도 할 수 있다.
공포/스릴러 장르 영화가 대체로 그렇지만 “끝까지 간다“도 의미 있는 영화라고 보기는 어렵다. 관객들에게 그 자체로의 재미, 스토리를 선사할 뿐이다. 콘텐츠 감상을 토대로 현실에서 생활에 적용하거나 의미를 파헤쳐보는 시간을 갖는 것은 중요하다. 하지만 ”끝까지 간다“는 2시간의 영화. 그걸로 마무리된다. 의미 있는 영화는 지속적인 관람이 가능하지만 재미위주의 영화는 한번 보면 내용을 모두 알기 때문에 다시 보지 않는 경우가 많다. 공포/스릴러 장르도 조금만 투자한다면 감독의 생각을 담을 수 있다. 최근 개봉한 ”캡틴 아메리카“가 액션과 감동, 교훈을 전부 담아낸 예라고 할 수 있다. 현대 사회에서 전형적인 영화는 사람들에게 관심을 받기 힘들다. ‘로맨스’부분도 마찬가지이다. 스릴러가 있다고 로맨스가 없어야 되는 것이 아니다. 둘이 함께 어울리는 플롯이 있어야 각 장르를 선호하는 관객을 모두 사로잡을 수 있다. ”끝까지 간다“는 가족 비중이 높지 않다. 간단한 언급, 협박으로 활용될 뿐이다. 조금 더 깊이 있게 가족과 연관 지었으면 더 좋은 영화가 되었을 것이다. 그게 아니더라도 고건수의 여자 친구를 만들어 활용해 아름다운 로맨스로 엔딩지어도 멋진 결말을 기대할 수 있지 않았을까.
정리하자면 “끝까지 간다”는 상업영화로써 매우 훌륭한 영화이다. 한마디로 충분히 재밌는 영화이다. 일상사에 따분한 관객들이 충분히 흥미를 끌고 긴장감 있게 볼 수 있다. 특히 플롯의 구성이 관객들에게 호기심, 신선한 즐거움을 선사한 점이 마음에 든다. 내용 또한 역전의 상황을 적절히 연출함으로 자연스러운 스토리를 자아낸다. 하지만 영화의 고려 요소가 흥미만 있는 것은 아니다. 어느 정도의 교훈이 담겨있지 못한 점, 감동 요소를 찾아볼 수 없다는 점, 스토리가 주인공과 악당의 보편적 이야기라는 점이 안타깝다.
201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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